신령성체를 아시나요?

기사승인 2020.02.25  14: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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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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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이미지 출처 = Pxhere)

코로나-19(COVID-19)라는 전염성이 엄청 강한 바이러스 때문에 어린이집, 학교 등이 개학을 미루게 되었고, 급기야는 미사와 같은 종교행사도 잠정 중단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바이러스의 여파는 사람들이 경제활동마저도 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그냥 개인 몇 명이 앓는 감기가 아니라 집단을 인질로 끌고 들어가는 병마인지라 가까운 사람들이 보름 정도 서로 거리를 두고 지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간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되짚어 보는 성찰의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그중에 하나,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지금껏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하고는 주일미사를 한 번도 빠짐없이 참례하신 분은 자신이 영성체를 하는 것이 지극히 일상적이며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 오셨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교회 대부분의 교구는 당분간 함께 모여 미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코로나의 확산을 막고, 신자들의 건강을 염려한 조치입니다. 

그리하여 성당을 구심점으로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 온 우리는 일단 두 주간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할 시간을 맞았습니다. 적잖은 세월 신앙 생활을 하며 지내왔건만 매우 낯선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멀쩡한데 미사에 가지도 못하고 따라서 영성체도 할 수 없게 된 아주 묘한 체험 말입니다. 

나는 멀쩡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우리 사회가 병을 앓고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아파서 영성체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영성체를 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신령성체(神領聖體)란 것이 있는데 그게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됐습니다.

신령성체는 우리가 여행 중이거나 병상에 있거나 혹은 이동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경우, 그래서 미사에 참례할 수 없을 때 성체에 대한 신심을 가지고 마음으로 성체를 모시는 행위를 일컫는 말입니다.(박도식 신부, “[상식교리]116. 신영성체”, 가톨릭신문 기사 참조)

그래서 신령성체에는 그만큼 간절함이 함께합니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예수님을 열렬히 사랑하며 그분의 삶을 따라 살겠다는 열망을 확인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예전에 공동체 회의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성체성사를 하지 말고 그 시간에 함께 모여 공동기도와 복음 묵상과 나눔을 하는 게 어떻겠는가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전례 수업을 가르치셨던 교수님께서 수도 공동체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영성체를 하지 않고 말씀을 묵상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을 거란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일종의 성체 공복을 느껴 보는 것이었습니다. 공복을 느낀 이는 성체의 소중함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열망, 그분 사랑에 대한 갈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경이로움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우리를 절망스럽게 만드는 지금이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키워 주는 시간으로 변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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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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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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