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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일 : 희생양의 사회

기사승인 2019.04.04  16: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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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우 신부] 4월 7일(사순 제5주일) 이사 43,16-21; 필리 3,8-14; 요한 8,1-11

소수의 권력이 폐쇄된 하나의 집단사회를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내재된 분노와 불만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공의 적이라는 장치는 구성원끼리의 자기검열에도 효과적입니다. 공공의 적으로 낙인된 사람을 함께 공격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한 편이라는 오해를 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장치에는 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 순명하지 않으면 나도 언젠가는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사람을 비난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특별히 이를 프랑스의 사상가 르네 지라르(1923-2015)는 모방(mimesis)이론과 희생양 메커니즘(scapegoat-mechanism)이라는 이론으로 발전시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적에 들어서는 것을 희생양으로 이해하는 시도입니다. 지라르의 이론을 신학적으로 발전시킨 라이문드 슈바거 신부는 “공동체 구성원 서로 간의 적개심이 한순간에 한 사람에 대한 만장일치적 폭력 행동으로 돌변함으로써 뒤엉킨 공격성이 공동체의 한 구성원에게 집중된다”("희생양은 필요한가?", 라이문드 슈바거, (손희송), 가톨릭출판사, 2009, 50)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공격하는 이들에게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스템으로 완성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 구도가 펼쳐집니다. 희생양의 자리에 간음하다 잡힌 여인이 있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사실 모두 그 여인의 자리에 들어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요한 8,5)라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말은 이미 누구나 간음한 여인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돌을 던진다는 것은 집단적 익명성을 전제로 합니다. 사도행전 7장을 잠시 살펴봅시다. “그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 일제히 스테파노에게 달려들어”(사도 7,57) 이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돌로 이루어진 스테파노의 죽음도 집단적 익명성이 녹아 있습니다. 큰 소리와 집단적 익명성은 나의 죄책감과 책임을 줄여 줍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 묻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요한 8,5) 그들은 자기들이 불편하게 생각했던 예수님 역시 희생양으로 몰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돌로 치라고 했을 경우에는 이제까지 당신께서 말씀하신 자비와 사랑 그리고 용서의 가르침이 무색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돌로 치지 마라고 했을 경우에는 율법을 지키지 말라고 선동하는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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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한 여인', 로렌초 로토. (1527-1529)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의 모방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고 계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 누군가가 먼저 돌을 던진다면 사람들은 죄책감을 숨긴 채 집단적 분노의 표출로 돌을 던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누군가가 첫 번째 돌을 던지지 못하면 나머지 사람들도 돌을 던지기를 머뭇거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 돌이 던져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또 다른 희생양의 출현을 막으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떠나고 거기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표현대로 불쌍한 여자와 불쌍히 여기시는 이(비참과 자비의 만남 – miseria et misericordia)만 남습니다.

시선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봅시다. 나는 나 자신의 안정과 행복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진 않았습니까? 그러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만든 희생양을 공격하는 데 힘을 보태지는 않았습니까? ‘나만 그런 건 아니야’라는 합리화 속에 우리는 끊임없이 희생양을 만들려는 유혹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이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섭니다. 역사는 그것을 끊임없이 이러한 현상을 증명합니다. 지난 71년 전 4월의 제주를 기억해 봅니다. ‘빨갱이’라고 낙인 찍혀 상처 입는 수많은 국가의 희생양들을 떠올려 봅니다. 또 5년 전 4월의 진도를, 여전히 사회의 희생양으로 상처받는 사람들을 기억해 봅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희생양이 존재하지 않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내고 있는 사순시기 그 중심에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동시에 유대 민족들의 ‘희생양’이셨던 예수님이 계셨던 사실을 말입니다. 예수님과 같은 희생양을 또다시 공격하고 비난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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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유상우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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